"잘나갈 때 바로 연락을 끊었다.." 힘든 무명시절 잠잘 곳이 없어 자기 집까지 내어준 유재석을 뜨자마자 모른척 한 개그맨의 최후

1992년 당시 인기 개그맨들의 등용문으로 통했던 KBS 대학개그제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하며 KBS 공채로 개그맨 활동을 시작한 이창명

하지만 여느 신인 개그맨들이 그렇듯 이창명에게도 쉽사리 방송 출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제법 심했다고 하는데요.

거기다 바로 위 기수가 김용만, 김국진, 박수홍 등 방송계를 장악한 역대급 개그맨들이 대거 포진된 황금기수 책이었기에 이들의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더욱 어려웠다고 합니다.

풍문의 꿈을 안고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개그 코너에서 잠깐 지나가는 캐릭터에 만족해야 했던 어느 날 이창명에게 한 예능 프로그램 섭외 제의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예능 프로의 녹화날과 개그 프로의 녹화날이 같았다는 점인데요. 이 때문에 다른 개그맨들은 모두 섭외를 거절했으나, 이창명은 오해 고민 끝에 출연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원래 스케줄이었던 개그프로 녹화 현장에 출근하자마자 선배들에게 배가 아픈 척 장염인 것 같다고 거짓말은 한 뒤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됐던 KBS 별관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방송국에 입사한 이창명이 한 가지과 사실이 있었으니 방송국에는 스튜디오마다 출연자들이 다른 스튜디오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나게 입을 털고 있던 이창명 배가 아파 병원에 간다며 조퇴한 후배 이창명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출연한 모습을 심형래 등 선배 개그맨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상황은 심각해졌는데요.

그나마 당시 몇 기수 차이 나지 않는 선배 김수용의 기지로 이창명은 다른 선배에게 이미 혼줄이 난 듯 뺨을 맞은 것처럼 연기했지만, 뺨만 붉을 뿐 몸이 멀쩡한 게 들통나 오히려 괘씸죄 까지 더해지며 이창명은 그날 이후로 KBS 모든 프로그램에 사실상 출연이 불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개그맨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자연스럽지만 선,후배 기강이 확실히 잡혀 있던 당시만 해도 선배의 허락 없이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거짓말까지 치고 출연을 한 사실은 회사를 그만둬야 할 정도의 파장을 불러왔고 그렇게 KBS에서 손절당한 이창명은 KBS 공채 개그맨 신분으로 옆 방송사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는데요.

하지만 개그맨들 사이에서 이미 평판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MBC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 이창명에게 손을 내민 개그맨이 있었는데요. 바로 유재석이었습니다.

유재석은 KBS소속으로 이창명과 친하게 지내서 들키면 좋을 것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에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재석의 집에서 얹혀 살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KBS 예능 프로그램 TV 사랑을 신고의 리포터역할로 캐스팅되며 재기에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