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cm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스피드와 천부적인 실력이 호평을 자아내며 2002 한일 월드컵 국가대표로 발탁,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축구선수 이천수.
이후 속된 말로 k 리그를 씹어 먹으며 탈아시아급 행보를 보이던 그는 자연스럽게 유럽 구단의 러브콜을 받게 됐고, 곧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는데요.
하지만 스페인 현지에서 ‘코리안 베컴’이라 불리며 뜨거운 기대를 모은 것과 달리 이천수의 활약은 미진했습니다. 한국 축구와 크게 다른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 건지 수준 미달의 경기력을 보이며 이천수의 유럽 진출은 그렇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첫 해외 진출의 실패를 뒤로하고 2005년 다시 국내로 돌아온 이천수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울산 현대로 복귀해 설욕을 노렸는데요. 이천수의 결정은 옳은 듯 보였습니다. 스페인에서의 굴욕을 딛고 다시 한번 k 리그를 씹어 먹으며 mvp를 수상하는 등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과시했죠.
이어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국가대표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한 이천수.
이번에도 유럽 축구팀의 러브콜을 받게 됐고, 이천수가 이번에 선택한 곳은 네덜란드의 명문 구단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이었습니다. 이천수는 스페인 활동 당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조롱과 비하를 비웃기라도 하듯 네덜란드 현지 첫 경기에서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쳤는데요.
네덜란드는 물론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극에 달한 상황. 하지만 한국에서 입단 계약금을 사기 당해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을 바삐 오가기 시작하며 경기력은 저하됐고, 여기에 향수병까지 더해지면서 실력은 곤두박질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적 후 한창 적응해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에 소송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바깥으로 나도는 선수를 구단 측에서도 반길 리 없었겠죠.
동료 선수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 네덜란드 언론에서 까지 외면을 받게 된 이천수는 곧바로 벤치 신세를 지게 됐고,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기를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 앉아서 보내야 했는데요.
타국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이천수의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재가 실력을 썩히고 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는지 네덜란드 현지 구단에 직접 찾아가 이천수에게 응원과 격려를 건넨 차범근. 응원과 격려로는 부족했는지 차범근은 본인이 당시 감독직을 맡고 있던 수원삼성 팀에 이천수를 임대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선수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대선배 차범근 덕분에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된 이천수. 이천수의 국내 복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과거 울산 현대 시절 사기 유닛이 라고 불리며 k 리그를 재패한 그의 압도적인 실력에 기대를 내비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요.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이천수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당하며 팀 전력에서 제외되는 초유의 사태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여론은 우호적이었는데요. 비록 네덜란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국내 복귀 이후 현재 적응하는 과정에 놓여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것이라는 팬들의 믿음이 절대적이었죠.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이천수의 행보는 전혀 예상 밖의 루트를 타게 됐습니다. 실력도 부진한데 인성까지 의심되는 문제적 행동으로 논란을 빚은 것인데요.
2008년 경주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도중 감독 차범근의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불응하는 태도로 팀 분위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이천수. 경주에서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후에는 부상을 이유로 팀 훈련에 무단으로 불참 하며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에 구단 측에서는 국내 최고의 재활 센터인 용인 삼성 스포츠 과학 지원 센터에서 재활훈련을 제안했지만, 이천수는 어찌된 이유인지 이마저도 거부하는 막장 행보로 대응. 수원 삼성과 이천수 사이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지게 됐죠.
한편 차범근의 수원 삼성은 이천수 없이도 승승장구. 심지어 리그를 우승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구단의 우승 축하연이 끝나고 1년간 함께한 선수들은 팀에 느지막히 합류해 분란만 만들었던 이천수를 제외하고 자축연을 열었는데요.
비록 팀에서의 활약은커녕 민폐만 끼쳤지만, 축하 파티에는 불러 주길 바랬던 걸까요. 이천수는 자신을 제외한 자축연 소식에 분노를 참다못한 나머지 후배 문민귀를 폭행,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히는 막장 행보를 보였고, 결국 참고 참던 감독 차범근을 폭발하게 만들었죠.
후배 폭행 소식 직후 차범근은 이천수를 임의 탈퇴 시키는 초강수를 두며 은혜도 모르는 이천수를 팀에서 내쳤습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 아끼던 후배이자 제자와의 연을 끊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 차범근은 당시 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결정을 내린 듯 ‘다른 팀에서라도 활약하게 바란다. 아들 같이 생각했지만 이천수는 변해야 한다.’며 이천수가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직언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수원에서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전남으로 이적한 이천수에게 열심히 뛰면서 땀을 흘리는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기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한 전남에서도 수차례 구설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차범근을 실망시킨 이천수.
이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천수와 차범근이 함께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차범근은 이천수를 축구선수로서는 응원했지만 자신의 호의와 배려를 무시한 이천수에게 느낀 배신감 때문인지 인간적으로는 완전히 손절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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