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는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직설적인 독설로 인기를 끌었으며, 그의 미사여구 없는 개그는 특정 마니아 시청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개그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김구라식 진행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한때는 신선한 접근으로 호평을 받았던 그의 진행 방식이 문제로 떠오른 것은 출연자의 개인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방송에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개그우먼 김신영이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 스타에서 게스트들은 자신의 취미인 장난감을 자랑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김신영은 자신이 아끼는 스타워즈 캐릭터 피규어를 가져와 이를 보여주며, 이 캐릭터들이 라디오 스타의 MC들과 닮았다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자랑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김구라는 그런 김신영의 말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집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네요”라고 분위기를 갑자기 차갑게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김국진이 김신영의 레고를 만지다가 날개가 떨어지자, 김구라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끼우기만 하면 되는 걸”이라며 김신영의 레고 수집 취미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여기까지는 김구라의 평소 캐릭터와 맞아떨어지는 모습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가수 케이윌의 자랑 시간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케이윌은 집에서 직접 가져온 고가의 피규어를 공개했으며, 그 비주얼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김구라는 손을 뻗어 피규어를 만지려 했지만, 케이윌은 도색된 작품이라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진지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케이윌의 경고를 무시한 김구라는 피규어의 밑부분을 잡아 결국 이를 들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피규어가 바닥에 떨어져 부품이 본체와 분리된 것이었습니다. 김구라는 만지지 말아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지만, 부주의하게 이를 들어올린 김구라에게 케이윌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케이윌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심각함에 김구라는 급히 사과했으나, 그 이후 상황이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뒤의 반응이란…
케이윌은 자신의 화난 모습이 어색했는지, 김구라 씨가 떨어뜨린 것이 대량 생산된 제품이라서 다행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만약 한정판이 떨어졌다면 카메라를 껐을 것이라며 상황을 수습하려는 말을 하였습니다. 과연 피해를 입은 본인이 다행이라고 말했으니, 진정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던 것일까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김구라는 “내가 잘 떨어뜨렸네”라는 불필요한 말을 덧붙여 케이윌과 시청자들 모두 불쾌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어서 김구라가 떨어뜨린 장난감에서 불빛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깜빡거리는 모습을 본 케이윌이 다시 화를 내자, 이번엔 “내가 하나 사줄게요”라며 태도를 바꾼 김구라였습니다.
타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무시하며, 자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말투로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들의 불만을 초래했습니다. 김구라의 진행 방식에 피규어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까지 분노를 표출했는데요. 그 후 방송의 여파가 컸던 탓인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계속되자, 김구라는 한 달 뒤 라디오 스타 방송에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아들 김동현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가 자신과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잃어버린 이야기 중 피규어 애호가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다시 사과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문화를 이끄는 주류로 자리 잡으면, 이전의 주류였던 90년대 세대가 밀려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고집을 부리며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꼰대나 고인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