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와 방송계가 다시 한 번 임영웅의 이름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안방극장을 휩쓴 건 드라마도 예능도 아닌 단 한 사람, 임영웅이었다. 그가 지난해 선보인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 시랑(詩浪)’**이 SBS를 통해 전격 방영되면서,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를 싹쓸이한 것이다. 팬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까지 임영웅의 무대에 열광하며 “명절 최고의 선물”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 화려한 결과 뒤에는 깊은 아쉬움과 후회가 교차하는 방송사들의 사연이 숨어 있었다.
임영웅은 원래 이번 추석 특집 방송을 통해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직접 신곡을 발표하거나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대신, 지난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결정이 바로 SBS를 통한 콘서트 실황 방영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KBS와 MBC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임영웅은 오랫동안 방송 3사 중에서도 KBS와 인연이 깊은 가수였다. 그의 대표곡 ‘이제 나만 믿어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 OST까지, 대부분의 무대가 KBS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정작 이번 추석, KBS는 임영웅과의 협업에 실패하며 그 어느 때보다 큰 아쉬움을 남겼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SBS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KBS 내부에서는 ‘굳이 임영웅이 아니어도 된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 결과, SBS가 단독 방영권을 가져가면서 KBS는 명절 프로그램 시청률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게 된 셈이다.
MBC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예능국 PD는 “임영웅 측에서 예능 출연이나 특집 기획 제안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일정 문제를 이유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다들 후회 중이다. ‘그때라도 잡았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임영웅 리사이틀이 방송된 당일, MBC가 편성한 추석 특집 예능은 시청률 2%대에 머물렀지만, SBS의 ‘임영웅 리사이틀’은 순간 최고 시청률이 11%를 돌파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방송 관계자들은 “시청률이 아니라 브랜드 영향력에서부터 이미 차이가 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히 한 가수의 인기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와 SBS의 협력 관계가 이번 성사 배경에 깊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최근 SBS와 넷플릭스가 콘텐츠 협약을 맺었는데, 임영웅 콘서트의 판권 일부가 넷플릭스에 있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SB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콘텐츠 노출을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협업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방송의 문제가 아니라 OTT 비즈니스 구조까지 얽힌 복합적인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도 결국 ‘결정권자’의 판단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KBS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사실 내부에서는 임영웅 콘서트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 간부진이 ‘이번에는 새로운 얼굴로 가자’며 방향을 바꿨다. 그 결정이 결국 가장 큰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이후 KBS 내부에서는 “시청률이 떨어진 건 콘텐츠 선택의 실패”라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SBS는 이번 성과로 그야말로 ‘한 방’을 터뜨렸다. 방송 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역시 SBS가 한 수 위였다”, “이제는 SBS가 임영웅의 집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SBS는 최근 몇 년간 음악 예능이나 콘서트 실황 방송에 비교적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명절마다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국민가수’를 내세우며 시청률 싸움을 벌여왔던 상황에서, SBS의 이번 선택은 업계 내에서도 “전략적 대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임영웅의 콘서트 자체가 단순한 공연 실황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무대 곳곳에서 그가 팬들에게 건넨 메시지와 진심 어린 눈빛에 감동했다. 팬카페에는 “노래 한 곡 한 곡이 마음을 울렸다”, “라이브인데 음반보다 더 완벽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심지어 방송 이후 음원 스트리밍 차트에서도 임영웅의 곡들이 역주행하며 다시 상위권에 올랐다. 방송 한 번으로 음악 시장까지 흔든 셈이다.
한편, 방송 이후 KBS와 MBC 내부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양사 모두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향후 임영웅 같은 톱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더 유연한 대응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MBC는 이미 내년 설 특집 라인업에 임영웅 측과의 협업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역시 ‘뮤직뱅크’나 ‘열린음악회’ 등을 통해 임영웅을 다시 무대에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임영웅 본인은 이런 방송사 간의 경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어디서든 제 음악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밝혔다. 그 짧은 메시지 하나에 수십만 개의 댓글이 달리며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 가수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방송사들의 전략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임영웅 없이는 안 된다’는 말을 무시하던 KBS와 MBC는 결국 명절 연휴 내내 시청률 그래프를 바라보며 땅을 쳤고, SBS는 그 공백을 정확히 꿰뚫으며 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임영웅이 방송 생태계의 중심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방송사들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팬들은 말한다. “임영웅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자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가 세상에 제대로 전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방송 경쟁을 가를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