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이미자, 그 이름만 들어도 대한민국 트로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세상이 알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가족사가 숨어 있었다. 특히 ‘이미자가 버린 딸’로 알려진 정재은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정재은이 어린 시절 버려진 뒤에도 한 연예인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 덕분에 지금의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연예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연으로 이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졌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임의자는 한때 가요계의 대스타였지만, 사생활에서는 결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녀는 젊은 시절 음악인 정진욱과 결혼하며 딸 정재은을 낳았지만, 가정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남편의 폭력은 도를 넘었고, 결국 임의자는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집을 떠나야만 했다. 당시 그녀의 결정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어린 정재은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았다.

그렇게 어린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여성 가수가 우연히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 사람은 바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한 여가수였다.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이 가수는 정재은을 단순히 불쌍한 아이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아이에게는 음악의 피가 흐른다”며 진심으로 재은을 아꼈다고 한다. 매일같이 식사와 학업을 챙기며, 무대 뒤편에서는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어린 정재은은 그런 그녀를 진짜 엄마처럼 따랐고, 세월이 흘러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그 아이는 이미자의 딸이 아니라, 그 가수의 딸 같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재은은 자라며 자신 안에 흐르는 음악적 본능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무대와 마이크, 그리고 노래의 감정선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녀의 노래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고, 이는 분명 피로 이어진 재능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재은은 자신이 누구의 딸인지, 왜 엄마가 자신을 떠났는지 오래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자신을 키워준 ‘그 가수’에게 모든 마음을 바쳤다.
그녀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일본으로 건너간 후였다. 그녀가 일본 엔카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가수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미 가요계에서 수많은 인맥과 경험을 쌓았던 그녀는 정재은을 위해 직접 일본의 제작자와 연결해 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 아이는 반드시 무대 위에서 빛나야 한다”는 그 가수의 확신은 현실이 되었고, 정재은은 일본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정재은은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녀는 “친엄마는 나를 낳아줬지만, 이분은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그녀는 “나는 두 번 태어났다. 한 번은 엄마 임의자에게서, 또 한 번은 그 가수의 품 안에서”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한 그 가수의 정체는 누구였을까?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남진과 함께 활동하며 여성 트로트계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패티김’이었다. 패티김은 이미자의 후배로, 과거부터 음악적 교류가 깊었던 인물이다. 당시 가요계는 여자 가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패티김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잃지 않은 몇 안 되는 스타였다.
패티김은 이미자의 사정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어린 딸이 방치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후 직접 정재은을 데려다 자신의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패티김의 행동에 놀라워했지만, 그녀는 “나는 그저 한 아이가 무너지지 않길 바랐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정재은에게 필요한 것은 불쌍한 시선이 아니라, 사랑과 기회였던 것이다.
패티김은 정재은이 성장하는 내내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줬다. 심지어 자신의 무대 리허설에도 함께 데려가며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야. 그 마음을 배워야 해”라며 조언했다. 그런 영향을 받은 정재은은 훗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며 일본 엔카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가수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미자는 방송을 통해 뒤늦게 딸 정재은의 근황을 접하게 된다. 그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그때는 너무 어렸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재은은 조심스럽게 “이제 괜찮다. 나는 나를 사랑해준 또 다른 엄마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해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정재은의 인생은 비극 속에서도 사랑을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다. 버림받은 딸이었지만, 또 다른 엄마의 품 안에서 다시 태어났고, 결국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 앞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름 없이 헌신했던 패티김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눈시울을 붉힌다. 피보다 진한 정이,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성의 또 다른 형태가 바로 이 두 사람의 관계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재은의 삶은 ‘버림받은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사랑받은 사람의 이야기’로 기억되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 속에는 여전히 두 명의 엄마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주는 가장 큰 기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