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힙합 듀오 리쌍으로 데뷔하기 한참 전인 1997년부터 실력 있는 힙합 그룹의 멤버로 함께 활동하며 동료 음악가이자 친한 친구로서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 온 개리와 길
길었던 무명 생활을 함께 묵묵히 버텨오며 누가 봐도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고 탁월한 팀워크를 뽐내며 그룹 리쌍의 이름 아래 2012년 8집까지 장장 10년간 활약해 왔는데요.
일상 특유의 마초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곡가 프로듀서는 길이 도맡고 일상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서정적인 랩과 가사는 개리가 맡으며 확실한 역할 분담 덕분이었는지 두 사람은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듀오라는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2012년 8집을 끝으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곡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리쌍 팬들의 초조한 기다림이 고조되던 2014년 4월에 발매하기로 한 9집 발매가 취소되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멤버 길이 혈중 알코올농도 0.109%에 달하는 완전한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방송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심지어 두 번째 음주운전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맹비난을 받은 길은 예능인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불명예스럽게 하차해야 했을 만큼 엄청난 파장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길에 음주운전으로 예정돼 있던 리쌍의 9집 앨범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리쌍은 이로부터 1년 후인 2015년 디지털 싱글 주마등을 발매했지만,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팬들의 예상과 달리 이 음원이 리쌍의 마지막 곡이 되며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멤버 때문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앨범도 못 내고 그룹 활동도 올 스톱된 상황이 개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짜증 났을 테지만 그래도 함께해 온 세월이 있는 만큼 개리는 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 공연에서는 길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연이은 음주운전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는 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2015년 열린 연말 콘서트에서도 스스로를 사고 뭉치라고 소개하는 길을 향해 재미없는 친구라고 유쾌하게 디스하는 등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둘의 우정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무대의 선모습은 2016년 EDM 뮤직 페스티벌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20년이 넘게 함께 활동해 온 두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상반된 성격 탓에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불화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리쌍 멤버들의 사이가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사이라는 건 연예계 관계자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리쌍이라는 그룹이 존재한 덕분에 갈라서지 않고 음악적으로나마 교류를 이어왔지만 이마저도 길의 음주운전으로 그룹 활동이 중단되며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됐고 2017년 결국 두 사람의 운영해 온 리쌍의 소속사 리쌍 컴퍼니는 폐업 수순을 받게 됐습니다.
게다가 2017년 4월 개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유일한 멤버이자 오랜 친구인 길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두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더 최악으로 치달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개리가 결혼식을 올린 지 반년도채 지나지 않은 2017년 10월 정신을 못 차린 건지 길이 세 번째 음주운전에 적발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아예 끝난 것으로 보여집니다.
개리 입장에서는 두 번의 음주운전으로 그룹 활동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부랴부랴 끝내야 했을 정도로 피해를 입은 가운데 반성은커녕 또다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길을 향한 분노와 한심한 마음으로 상종조차 하기 싫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개리와 길은 함께 투자했던 건물까지 내각 처리하며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리게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예전처럼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지속했으나, 서로를 언급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랜 일상 팬들에게는 그러므로,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러던 최근 멤버 길이 자신이 SNS 일상에 20주년을 언급 올해는 20주년을 맞아서 무언가 해야 하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다고 일상의 새로운 활동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울려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이와 응원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리쌍의 새 앨범 인서트까지 공개되며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쌍의 새 앨범이 나오 것 아니냐는 설레는 반응이 쏟아졌지만 바로 다음 날 공개된 개리의 반응은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실무근 해체됨’이라는 일곱 글자의 짧은 입장을 전하며 리쌍의 공식 해체를 선언한 것인데요. ‘아쉽지만’ 이라거나 길을 응원한다는 진심이 아닐지라도 여러 추측과 억측을 막기 위해서 듣기 좋은 표현 한두 개 정도는 써줄 법한데 개리의 멘트는 말 그대로 길을 공식 손절해 버리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정황상 길은 개리와 전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몸담아온 일상의 20주년을 맞아 감성에 취해 스리슬쩍 화해 제스처를 취해보려고 한 듯한데요. 길에게 데어도 너무 많이 데인 개리 입장에서는 일상이라는 그룹의 명예를 아예 져버린 만큼 길을 용서할 마음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있을 때 잘하지 버스가 떠난 뒤 손을 내밀면 무슨 소용일까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두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각자의 음악적인 행보를 기대하는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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