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안세영에게 최악의 상황이 다가왔는데, 금메달 획득 이후 소신 발언을 하며 배드민턴 협회를 저격했던 안세영이 선수 자격 정지까지 당하며 앞으로 대회 출전이 불투명해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대표팀은 선수촌에서 짐 정리를 하는 가운데 혼합 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 정나은은 출국을 약 10시간 앞두고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안세영이 불참 의사를 피력하면서 김원호, 정나은만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는데 어쩌다 보니 배드민턴 대표팀을 대표해 기자회견장에 온 김원호, 정나은의 표정은 어두웠고 김원호는 “대회를 준비하기 전부터 단식과 복식 파트가 나뉘어 있어서 안세영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잘 몰랐다. 관련 기사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원호는 “그 일이 발생한 후부터 오늘까지 안세영과 만나지는 않았다”고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안세영이 기자회견에 불참하게 된 사유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상황이 있었다고 하는데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은 본인 의사로 불참한다”고 공지했으나, 안세영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안 나간 것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던 것이죠. 본인에게 기다리라고 한 주체가 대한체육회인지 대한배드민턴협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상황입니다. 사실 배드민턴협회는 문제가 많은 협회입니다. 2021년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딴 정경은 전 국가대표 선수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경은 선수는 “선수 선발을 리그전 성적 50%와 심사위원 평가 50%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면서 “본인보다 성적이 낮은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심사위원 3명이 본인 팀 선수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심사하는 납득할 수 없는 선발 시스템”이라며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안을 마련해 더는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기를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2014년에는 배드민턴협회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이용대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감독과 선수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협회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특히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음에도 조기 귀국해 대표팀이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임원 누구도 보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친 채로 투혼을 펼쳐 금메달을 따낸 뒤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복세가 더디고 아픈 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힘들어했고 이 과정에서 안세영은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을 했는데 기복이 심해 논란이 되자 무릎을 재검진받고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재검진 받았더니, 올림픽 전엔 나을 수 없다고 했다”며 첫 검진이 오진이었다고 글을 썼습니다. 이후에는 올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 수를 줄였습니다.
부상 직후 협회를 통해 받은 검진 결과가 오진이었다는 점 그리고 부상 속에서도 A급 대회만 아닌 여러 대회를 다 소화해야 했던 점들이 불만으로 쌓였고 그 과정에서 트레이너와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이에 충돌 지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려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무릎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건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갑자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해서 나중에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일정 때문에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안세영은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을 포함한 외신 기자들이 가득한 기자회견에서 안세영은 더 강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스스로 라스트 댄스로 생각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은 “대표팀에 대해서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저는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도 제 기록을 위해서도 나아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대표팀을 은퇴한다는 얘기냐”는 재질문이 나오자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게 된다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협회는 너무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강요를 하는 것 같다. 저는 배드민턴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것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그야말로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안세영이 대표팀이라고 표현하며 쏜 화살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꼭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발언에 힘이 있을 때 말하고 싶었다”라고 대답하며 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협회가 얼마나 썩어 빠졌길래 금메달을 딴 선수가 그 여흥도 못 즐기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무릎 너덜너덜한데 협회한테 혹사 당하다가 선수 생명 끝나 은퇴 하나 폭탄 발언하고 은퇴 1 2 중 하나였다. 안세영 선수가 총대 메고 얘기한 듯”,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으니 이렇게 말하지 그전에 폭로했으면 누가 들어줬을까?”, “부상에도 협회 갑질에도 이 악물고 열심히 한 안세영 선수가 대단하다”라는 등 안세영 선수를 향한 응원이 계속됐습니다.
사실 안세영은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는 배드민턴협회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재외 명단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안세영의 폭로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게 바로 이 부분인데요. 선수에게 출전 의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제외한 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죠. 심지어 안세영은 세계 랭킹 1위라 대회 출전으로 기량을 다듬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준비해도 모자랄 텐데 협회 마음대로 안세영을 막은 것이죠.
이런 안세영의 폭로에 대해 문체부도 나섰는데 문체부는 “현재 파리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안세영은 이전부터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참다가 이제 얘기한 것인데요. 안세영은 국가대표 은퇴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SNS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도 내놓았는데 “배드민턴협회나 김학균 감독님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은퇴가 아니라 선수 보호 및 관리에 대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안세영이 언급한 선수 보호의 핵심은 결국 낡은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인데 그는 “타이츠잉은 국제대회 전담 트레이너 2명과 코치 1명을 대동한다. 천위페이도 이번 대회에 트레이너 2명을 데려왔다. 이제껏 우리 대표팀 운영은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복식 위주였다.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이 느끼는 불만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져 당황스럽다. 현장에 있는 대표팀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죠.
배드민턴 협회를 보면 최악 중의 최악인 축구협회가 떠오르는데요. 축협은 이외에도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 불공정한 이사회 진행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결국 40년 만에 한국이 없는 올림픽 축구가 되고 말았죠. 대회 직전 A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맡으면서 3월 1달간 사령탑 공백이 생겼던 것이 결국 패착이 됐습니다. 40년 공든 탑이 무너진 과정을 보면 가장 중요한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2마리 토끼 잡기가 실패했고 축구협회의 무리수가 황선홍이라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까지 망가뜨린 셈이 된 거죠.
사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이후 경질되고 황선홍 감독이 지난달 태국과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A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등 투 잡을 소화하면서 이번 대회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것도 축구협회의 욕심이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그 자리에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임시로 앉힌 게 바로 축구 협회였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사과를 했으나, 달라진 건 없죠.
안세영 선수가 용기 내서 발언을 한 만큼 배드민턴 협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날이 창창한 안세영이 선수 생명을 잃지 않도록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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