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따며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안세영 선수가 갑작스레 은퇴를 시사해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무려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 선수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무릎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건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갑자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해서 나중에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일정 때문에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안세영 선수는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을 포함한 외신 기자들이 가득한 기자회견에서 안세영 선수는 더 강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스스로 라스트 댄스로 생각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 선수는 대표팀에 대해서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저는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도 제 기록을 위해서도 나아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표팀을 은퇴한다는 얘기냐”고 재차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 선수는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게 된다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협회는 너무 모든 걸 다 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강요를 하는 것 같다. 저는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것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그야말로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안세영 선수가 대표팀이라고 표현하며 쏜 화살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안세영 선수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친 채로 투혼을 펼쳐 금메달을 따낸 뒤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복세가 더디고 아픈 채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힘들어했고 이 과정에서 안세영 선수는 꾸준히 국제 대회에 출전을 했는데 기복이 심해 논란이 되자 무릎을 재검진받고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재검진 받았더니, 올림픽 전엔 나을 수 없다고 했다”며 첫 검진이 오진이었다고 글을 썼습니다. 이후에는 올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 수를 줄였습니다.
부상 직후 협회를 통해 받은 검진 결과가 오진이었다는 점, 그리고 부상 속에서도 A급 대회만 아닌 여러 대회를 다 소화해야 했던 점들이 불만으로 쌓였고 그 과정에서 트레이너와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이에 충돌 지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사실 배드민턴협회는 이곳 외에도 문제가 많은 협회입니다. 2021년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딴 정경은 전 국가대표 선수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경은 선수는 “선수 선발 리그 전 성적 50%와 심사위원 평가 50%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면서 본인보다 성적이 낮은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심사 위원 3명이 본인 팀 선수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심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선발 시스템”이라며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안을 마련해 더는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기를 호소드린다”고 간청했습니다. 게다가 2014년에는 배드민턴협회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이용대 선수가 세계 배드민턴 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감독과 선수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협회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특히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음에도 조기 귀국해 대표팀이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임원 누구도 보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꼭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발언에 힘이 있을 때 말하고 싶었다”라고 대답하며 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협회가 얼마나 썩어 빠졌길래 금메달을 딴 선수가 그 여흥도 못 즐기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무릎 너덜너덜한데 협회한테 혹사당하다가 선수 생명 끝나 은퇴 하나 폭탄 발언하고 은퇴 하나 둘 중 하나였다”, “안세영 선수가 총대 메고 얘기한 듯”,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으니 이렇게 말하지 그전에 폭로했으면 누가 들어줬을까?”, “부상에도 협회 갑질에도 이 악물고 열심히 한 안세영 선수가 대단하다”라는 등 안세영 선수를 향한 응원이 계속됐습니다. 사실 안세영 선수는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는 배드민턴협회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재활 명단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선수에게 출전 의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제외한 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죠. 심지어 안세영은 세계 랭킹 1위라 대회 출전으로 기량을 다듬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준비해도 모자랄 텐데 협회 마음대로 안세영을 막은 것이죠. 이런 안세영의 폭로로 인해 배드민턴협회가 원조 무능 협회인 축구협회를 뛰어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올림픽 전까지 꾸준히 전 국민의 비판을 받은 협회가 바로 대한축구협회죠. 축협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약 5개월 동안 두 번의 임시 감독 체제를 거쳤음에도 외국인 감독 협상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러다 울산 현대를 지휘하던 홍명보 감독을 시즌 중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빼 오는 얄팍한 수를 썼는데요.
대한축구협회는 새 감독 선임을 위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렸지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선임에 대한 전권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맡겼고 이후 이임생 이사는 감독 선임에 대한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홍명보 감독을 덜컥 선임했으니 축구 팬들의 분노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축협은 이외에도 승부 조작범 사면 시도, 불공정한 이사회 진행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결국 40년 만에 한국이 없는 올림픽 축구가 되고 말았죠. 황선홍호 선수들은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올림픽 무대 도전도 해 보지 못하게 됐던 것이죠.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치른 황선홍호의 이번 대회 최종전은 그야말로 졸전이었는데.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한 수 아래 상대로 평가된 인도네시아에 전반에만 2골을 내줬습니다. 슈팅 수에서 크게 밀리는 등 경기 내용에서도 완패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세를 파리 올림픽 본선까지 이어가려 했던 황선홍 감독은 이날 인도네시아전에서 신태용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밀리며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를 맛봤으며 측면 크로스 위주의 단조로운 전술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황선홍은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쓴소리를 했는데요. “이어서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작년 9월에 집중해야 했다. 올림픽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도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고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라며 현재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했는데요.
사실 이것은 황선홍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축구협회 최악의 운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대회 직전 A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맡으면서 3월 1달간 사령탑 공백이 생겼던 것도 결국 패착이 됐습니다. 40년 공든 탑이 무너진 과정을 보면 가장 중요한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2마리 토끼 잡기가 실패했고 축구협회의 무리수가 황선홍이라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까지 망가뜨린 셈이 된 거죠.
사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이후 경질되고 황선홍 감독이 지난달 태국과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A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등 투 잡을 소화하면서 이번 대회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것도 축구협회의 욕심이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그 자리에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임시로 앉힌 게 바로 축구협회였는데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던 황선홍 감독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A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한꺼번에 맡았기에 한시적이라고 해도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요?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축구협회를 배드민턴 협회가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올림픽이라는 큰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협회의 욕심과 인맥 정치로 인해 그 노력을 배신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안세영 선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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