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들에게는 많이 낯선 이름이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의 발라드가 큰 인기를 끌던 90년대 초반, 듣기 좋은 미성 보컬로 소녀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김민우. 그는 데뷔 전부터 준수한 외모를 자랑하는 뛰어난 가창력의 보컬리스트로 이미 꽤 유명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록밴드 ‘백두산’의 보컬 유현상과 음반 기획자 김광수의 러브콜을 받으며 가수 데뷔 역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순탄하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우의 등장은 가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데부와 동시에 노래 ‘사랑일뿐야’가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며 가요 프로그램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인데요. 곧바로 선보인 후속곡 ‘입영열차 안에서’도 1위를 두번이나 차지하며 타이틀곡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게 됐습니다.
5주 연속 1위를 수상한 가수에게 주어지는 ‘골든컵’은 앨범 한 장을 통해 두번 받은 가수는 조용필, 신승훈이 유일하다고 하니, 신인가수로서 엄청난 저력을 과시한 김민우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YG의 푸쉬를 받으며 데뷔하자마자 온갖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블랙핑크에 비견할 만 하다고 합니다. 이제 1집을 낸 신인가수가 기록한 압도적인 성적에 가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앞으로 더욱 성장할 김민우의 미래에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소속사의 비상식적인 결정이 김민우의 미래를 뒤바꾸고 말았는데요. 후속곡 ‘입영열차 안에서’의 성공으로 큰 자극을 받은 소속사가 화제성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로 김민우를 실제 군에 입대시켜버리는 악수를 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군에 입대하는 가수의 노랫말이 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되도록 나름의 시나리오를 짠 셈이었는데요. 소속 연예인이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면 온갖 방법을 총동원 해서라도 군입대를 미루는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군입대에 꽂혀버린 김민우 소속사의 무리수는 곧바로 현실화되기 이르렀습니다. 김민우는 실제로 데뷔 3개월 만에 자신이 부른 노래 가사처럼 입영열차를 타고 입대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김민우가 ‘입영열차 안에서’로 받은 가요 프로그램 골든컵 트로피는 그의 가족이 대리수상 했습니다.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김민우는 데뷔한 해 KBS,MBC 가요대상부터 골든 디스크까지 현존했던 신인가수상을 모조리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트로피의 주인공은 시상식에 출연해 소감을 전하는 대신 쓸쓸히 나라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제대한 김민우. 입대 전의 기세를 이어가고자 부랴부랴 컴백 앨범을 선보였습니다.
하필 비슷한 시기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며 최악의 타이밍을 맞게 됐는데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난알아요’라는 노래가 실린 데뷔 앨범으로 1위를 수차례 차지하면서 여러모로 김민우의 데뷔 때를 연상케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신세대 선두주자’같은 유행을 주도하는 힙한 아이콘으로 인식한 반면 불과 2년전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히트곡의 주인공 김민우를 비롯한 기존 발라드 가수들은 ‘한물간 구세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판도 변화에 이후 김민우의 앨범은 단 한차례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묻혔고 그렇게 김민우는 시대의 변화에 밀려 은퇴, 그 뒤로 쭉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